어린이 코딩교육에 대한 회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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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가 코딩을 해?

이미 수 년도 전부터 애들도 코딩을 알아야 하네 뭐네 떠들어대면서 교육과정 개정안에 코딩 추가하고 난리치던건 대수롭지도 않지만, 과연 애가 코딩을 잘 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떨칠 수가 없다.

개인적 경험도 있거니와,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많다고 생각한다.

애한텐 아직 이르다

우선, 개인적으로 생각하기를 코딩엔 꼭 필요한 요소가 2가지 있다.

첫째는 영어, 둘째는 수학.

기본적으로 영어를 해야 대강의 프로그래밍 언어를 이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구글이든 스택오버플로우든 제대로 뒤져볼 수 있다.

또한 알고리즘에서 사용되는 기본적인 수학적 원리나 개념들을 제치고선 프론트엔드도 손대기 어렵다.

그래서 어느 정도 해야 하는데?

그 정도 수준까지 가려면 못해도 중학교 영어는 해야 한다.

그리고 못해도 중학교 수준의 영어가 필요한거지, 그걸 해내기 위한 전제로 기본적인 언어 계열의 독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당장에 애들 실질적 문맹률이 올라가고 있다느니 성적 양극화가 심해진다느니 하는 뉴스도 심심찮게 나오는데다, 영어만 보면 기겁하는 애들도 천지인데 어떻게 대뜸 거기다 코딩을 갖다박냐는거다.

또 수학의 경우엔… 문제가 더 심각하다.

통계 패키지나 더럽게 복잡한 엔지니어링에서 쓸 법한 고급수학을 뺴도 집합과 수열, 배열과 행렬의 개념과 명제의 참/거짓 판별 정도는 해야 백준 실버 문제 하나 정도를 겨우 풀 수 있다.

그리고 그 개념들은 다 고등학교 과정까지 가야 나온다.

초등학교 수준이 아니라 중학교, 고등학교 전반에 걸친 수학 커리큘럼의 구조를 생각해볼때, 꼬꼬마 친구들에게 저런걸 시키는건 무리다.

내가 초등학교때 특별활동 그런걸로 C++ 발만 담글때도 그게 문제였다. 아무리 초등학생이 날고 기어봐야 고등학교나 가야 배우는 수열 행렬을 들고와야 풀리는 문제들을 아직 제곱/루트 연산도 익숙하지 않은 애들한테 시킨다고 잘할리 없었고, 어이없게도 그 문제들은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보니 너무나 간단하게 풀렸다.

결국 코딩 제대로 하려면 최소 고등학생, 권장하기론 대학 학부생 정도의 기본 배경지식은 있어야 한다.

블록코딩이나 코딩을 알기 쉽게 도와주는건 괜찮지 않나?

단언할 수 있다. 시간 낭비다.

물론 재미있게 접할 수 있고 흥미를 끌 수 있다는 점에서 좋긴 하나, 결국 진짜 코딩과는 거리가 멀다.

차근차근 게임코딩의 경우에도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적당히 개념이 섞인 게임 정도를 벗어나지 못하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아예 진짜 코딩처럼 만들자니 아까 말한 기초지식들이 다 있어야 하는데다가 애들 흥미도 떨어지지 않는가?

내 동생도 고등학교 다니는 와중에 교육과정이 개편되어 코딩을 잠깐 배운 적이 있지만, 그런거만 하다 수박 겉핥기 수준에서 그쳤다고 들었다.

결론

애초에 코딩이란 것이 누구나 흥미를 가지고 쉽게 할 수 있을거란 생각 자체가 허상이다.

누구나 판검사 쉽게 못한다 하고, 의사도 그만한 사람이 된다 하듯이, 코딩도 할 사람이 하는거고 어느 정도 기초가 필요하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내내 미술, 음악, 체육을 가르치는데도 실제 예체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는 손에 꼽지만,

유독 코딩의 경우에는 가르치면 잘할거라는 환상이 팽배해 있다. 그러니까 수학도 영어도 안 되어있는 되도 않는 애들이 나도 코딩이나 배워볼까 같은 소리 하지.

솔직히 그런 소리 내뱉은 교육 관계자 본인이 한 번 간단한 매크로 작성이라도 해보면 애들한테 코딩 가르치자 그런 소리는 못할텐데 말이다.

솔직히 코딩은 커녕 오피스도 제대로 안 다뤄봤던 양반들이 그냥 하면 좋으니까 해보자 소리에 혹한 것 같다.

누구나 코딩을 하는 시대 같은건 안 올거다. 다만 기본적 이해도 없는 인간들 덕에 누군가는 더 빡세게 굴러야 하는 시대는 영원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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